글로벌 패션계가 주목한 구조적 미학과 소녀들의 변주
올해 초, 아일릿(ILLIT)의 윤아, 민주, 원희가 파리 패션위크 출국장인 인천국제공항을 자신들만의 런웨이로 뒤바꿔 놓았던 잔상은 여전히 강렬하다.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하며 전 세계 패션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자크뮈스(Jacquemus)’ 2026 F/W 르 팔미에(Le Palmier) 컬렉션 참석길. 세 멤버는 자크뮈스 특유의 감각적인 컬러와 구조적인 실루엣을 각자의 방식으로 치밀하게 재해석해 냈다.
윤아는 벨트로 허리선을 강조한 블랙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로 파워풀하면서도 슬림한 실루엣을 완성했고, 여기에 카키 톤의 ‘르 발레리(Le Valerie)’ 백을 무심하게 매치해 시크한 절제미의 정석을 보여줬다. 반면 민주는 클래식한 브라운 레더와 시어링 안감이 어우러진 재킷에 톤온톤 레더 스커트를 입고, 쨍한 오렌지 컬러의 르 발레리 백을 얹어 자크뮈스만의 위트 있는 컬러 플레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막내 라인 원희는 화이트 오버사이즈 코트로 특유의 몽글몽글한 매력을 살리면서도, 미니멀한 블랙 ‘투리스모(Turismo)’ 핸드백과 롱부츠를 믹스매치해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세련된 공항룩을 툭 던져놓았다. 현지 시간 1월 25일에 공개되었던 이 쇼를 향한 예열치고는 꽤나 우아하고 성공적인 행보였다.
차트를 부수고 국경을 넘는 멈춤 없는 본업 모드
이들의 폭발력은 무대 위에서 더욱 서늘하게 증명된다. 2024년 3월 데뷔 이래 음악방송 12관왕을 휩쓸었던 데뷔곡 ‘Magnetic’의 파괴력은 2026년 3월 9일 자 ‘오리콘 주간 스트리밍 랭킹’에서 누적 3억 뷰를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진입 101주 차에 달성한 이 기록은 해외 여성 아티스트를 통틀어 최단기록이다. 2년 연속 NHK ‘홍백가합전’ 출석 도장을 찍은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첫 일본 오리지널 곡 ‘Almond Chocolate’이 롱런 히트를 치고, 최신곡 ‘It’s Me’가 미국 빌보드 차트 상위권까지 뚫어내며 아일릿은 말 그대로 전방위적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지난 3월 서울에서 포문을 연 첫 번째 투어 ILLIT LIVE ‘PRESS START♥︎’는 아이치, 오사카, 후쿠오카, 효고, 도쿄, 홍콩 등 아시아 7개 도시로 뻗어 나갔다. 특히 일본 내 5개 도시에서 열리는 11회 공연은 현지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순항 중이다.
열여덟 막내 이로하, 일본의 아침을 깨우다
그룹 전체가 투어 일정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는 와중에, 18세 막내 이로하가 뜻밖의 솔로 행보를 전해왔다. 바로 일본 후지TV 간판 아침 프로그램 ‘메자마시 테레비’의 7월 먼슬리 엔터테인먼트 프레젠터로 낙점된 것. 3살부터 춤을 춰온 메인 댄서의 무대 위 카리스마 이면에 숨겨진, 막내 특유의 사랑스럽고 엉뚱한 갭 차이가 대중에게 제대로 먹혀든 모양새다.
다가오는 7월 2일, 21일, 29일 총 3일간 이로하는 아침 6시대 엔터테인먼트 코너를 필두로 ‘이마도키’, ‘메자마시 가위바위보’, 생방송 원고 리딩, 그리고 대망의 식리포트까지 섭렵한다. 7시대부터는 카루베 신이치 아나운서와 나란히 앉아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MC로 활약할 예정이다. 생방송 프레젠터는 처음이라 긴장된다면서도 “원래 아침잠이 많았는데 알람을 경보음으로 바꿨더니 일어날 수 있게 됐다. 이번 기회에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털어놓는 인터뷰에선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풋풋함이 묻어난다. 폭넓은 연령대에서 사랑받는 아일릿인 만큼, 프로그램 제작진조차 이로하가 불어넣을 새로운 활력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여름의 한가운데, 아일릿의 행보는 빈틈이 없다. 7월 26일 디지털 음원 선공개에 이어 29일 실물 CD로 발매되는 대망의 일본 싱글 2집 ‘I Got Your Back’ 컴백이 기다리고 있으며, 8월 4일에는 ‘메자마시 완간 페스’ 무대에 올라 CUTIE STREET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메자마시 라이브’ 데뷔까지 치른다. 파리의 런웨이부터 일본의 이른 아침 방송까지, 2026년의 아일릿은 자신들만의 방식과 속도로 세상을 집어삼키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