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론 머스크의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체 임상시험을 미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는 소식은 경이로우면서도 어딘가 섬뜩한 구석이 있다. 이들의 계획은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 불과한 얇은 ‘신경 실’에 32개의 전극을 코팅해, 이를 사람의 뇌 표면에 마치 바느질하듯 박아 넣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명분은 훌륭하다. 시각이나 청각을 잃은 사람, 사지가 마비된 이들이 이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과 인공 운동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머스크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는 머지않아 인간을 추월할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인간 뇌의 성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질환의 치료를 넘어 인간이란 종 자체를 기계와 결합해 ‘강화’하겠다는 노골적인 트랜스휴머니즘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대목이다.
뇌공학자 임창환이 펴낸 책은 1970년대부터 태동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궤적과 그 산업적 현주소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초창기 전자공학자 자크 비달이 대뇌 시각피질 신경세포의 ‘시각위상’을 분석해 인간의 시선을 추적하는 개념을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해도 이는 한낱 이론에 불과했다. 이후 닐스 비르바우머가 뇌파를 통해 루게릭병 환자의 의사를 읽어내는 데 성공하며 길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뉴로마케팅이나 기억을 조작하는 전자두뇌 같은 완벽한 통제는 신경세포 간의 복잡한 신호를 완전히 해독하지 못하는 한 꽤나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술의 추격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가볍게 앞지른다. 몸길이가 고작 1밀리미터인 예쁜꼬마선충의 신경망 지도(커넥톰)를 로봇에 이식해 스스로 움직이게 하거나, 고양이의 측면슬상핵에 전극을 꽂아 시각적 영상을 복원해 내는 기괴한 성과들이 이미 실험실 문턱을 넘었다. 심지어 인공적으로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가 ‘퐁’ 같은 비디오 게임을 학습하고, 뇌의 구조를 흉내 낸 뉴로모픽 칩과 해마 칩이 개발되는 상황이다. 저자는 BCI 기술이 오로지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만 쓰여야 하며, 그 외의 목적이나 상업적 수동 기술로 변질되는 것에는 단호히 선을 긋는다. 기술 개발의 숨통을 조일 필요는 없으나, 다가올 윤리적 재앙을 막을 방파제는 시급히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 트랜스휴먼이 되겠다는 치명적인 유혹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지 묘한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듯 뇌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류의 두뇌를 해킹해 진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차가운 기술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한구석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의 ‘연결’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 렉싱턴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 ‘더 네스트(The Nest)’가 최근 내놓은 동화책 «우리가 지은 둥지(The Nest We Built)»의 이야기다.
조엘런 윌호이트의 기획으로 탄생한 이 작은 책은 숲속 동물들이 힘을 합쳐 서로를 돌보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린다. 차갑고 정교한 금속 전극을 뇌에 꽂아 넣어 기계적인 우월함을 얻는 대신, 각자의 체온을 나누며 타인을 위기에서 구하는 원초적이고 따뜻한 연대를 조명한 것이다. 단체의 이름이기도 한 이 ‘둥지’는 아동과 성인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방치를 막기 위해 지역 사회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은유한다. 책을 팔아 얻은 수익금 전액은 더 네스트가 운영하는 네 가지 학대 예방 프로그램에 투입되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지역 사회에 알리는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뇌 표면에 심어질 32개의 칩과 한 권의 얇은 동물 동화책.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두 이야기는 모두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고 연결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초지능의 도래가 두려워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려는 억만장자의 서늘한 방어기제 속에서, 어쩌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기계와의 동기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거대한 위협이 조여올수록 우리가 진짜 지켜내고 지어야 할 것은 두개골 속의 전자 둥지가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을 대가 없이 품어주는 느슨하지만 단단한 사람 사이의 둥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