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로즈, WWE ‘빅 4’ PLE 전격 교체… 로얄 럼블은 깜빡하다

코디 로즈, WWE ‘빅 4’ PLE 전격 교체… 로얄 럼블은 깜빡하다

WWE의 전통적인 ‘빅 4’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PLE) 체제에 꽤나 흥미로운 지각변동 조짐이 보인다. 레슬매니아, 섬머슬램, 로얄 럼블, 서바이버 시리즈. 오랫동안 굳건했던 이 공식에서 최근 팬들은 서바이버 시리즈 대신 머니 인 더 뱅크(MITB)를 그 자리에 올리고 싶어 하는 눈치다. 그런데 현 WWE 챔피언 코디 로즈의 셈법은 전혀 달랐다.

최근 ESPN의 ‘UnSportsmanLike’에 출연한 코디는 서바이버 시리즈를 메인 이벤트 라인업에서 빼버리는 데 쿨하게 동의했다. 흥미로운 건 그 빈자리를 채운 게 MITB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가오는 5월 31일 ‘클래시 인 이태리(Clash In Italy)’를 홍보하러 나온 챔피언답게, 그는 국제 이벤트인 ‘클래시’ 시리즈를 아예 자신의 ‘탑 3’에 올려버렸다. 매년 새로운 해외 도시를 돌며 열리는 글로벌한 매력이 각 도시 간의 치열한 분위기를 유도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제 서바이버 시리즈는 빼야 할 것 같고, MITB를 넣을까 싶기도 하지만 자신의 선택은 레슬매니아, 섬머슬램, 그리고 클래시라는 거다. 꽤나 노골적이고 대담한 프로모션이었다.

문제는 그가 무언가를 아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진행자들이 로얄 럼블의 행방을 묻자, 코디는 그제야 “아침이라 정신이 없네요, 망했다!”라며 다급히 수습에 나섰다. 자기가 두 번이나 우승한 로얄 럼블을 빼먹다니. 결국 그의 랭킹은 레슬매니아, 섬머슬램, 클래시,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로얄 럼블 순으로 어설프게 정정됐다. 이번 이탈리아 대진표가 코디의 극찬을 받을 만큼 화려한 건 사실이고 챔피언으로서 훌륭한 영업이었지만, 솔직히 클래시가 빅 4에 진입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소한 팬들 마음속에서 로얄 럼블의 아성을 넘보려면 말이다.

이렇게 정점에서 여유롭게 이벤트 서열이나 매기고 있는 코디 로즈의 찬란한 빛 뒤에는, 그 성공을 바라보며 속이 타들어 가는 또 다른 남자가 있다. 바로 새미 제인이다. 코디가 챔피언으로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탄탄대로를 걷는 사이, 최근 새미를 둘러싼 모든 서사는 뚜렷한 목적성을 띠고 위태롭게 흘러가고 있다. 한때 자신이 기꺼이 도왔던 코디가 이제는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서 성공을 누리고 있으니, 새미의 내면은 도덕적 딜레마와 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으로 곪아가는 중이다.

코디가 방송에서 깜빡 잊어버렸던 바로 그 무대, 로얄 럼블에서 새미는 드류 맥킨타이어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엘리미네이션 체임버에서는 아예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US 챔피언 타이틀을 짧게 거머쥐었던 걸 제외하면, 첫 월드 챔피언을 향한 그의 여정은 지독할 만큼 잔인한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 좌절감의 정점은 레슬매니아 시즌이었다. 한때 자신을 향해 뜨겁게 환호했던 관중들이 이제는 트릭 윌리엄스에게 열광하며 등을 돌리는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트릭은 특유의 스웨그가 넘치고, 릴 야티(Lil Yachty) 같은 거물급 래퍼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으며 팬들이 떼창할 수 있는 까리한 등장씬을 뽐낸다. 말 그대로 회사 차원의 로켓 푸시를 받는 중이다. 반면 새미는 결이 다른 훌륭한 카리스마를 가졌음에도, 단 한 번도 그런 ‘프리미엄 패키징’을 받아본 적 없이 늘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맨바닥에 헤딩하듯 기어올라야만 했다.

태생부터 최고급 포장지에 감싸인 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과, 끊임없이 맨몸으로 갈려 나가며 증명해 내야만 하는 이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 코디 로즈의 머리 위에 얹혀진 왕관의 여유가 짙어질수록, 새미 제인의 내면에서 서서히 싹트는 악의는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그 자체로 서늘한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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