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너 더 그레이트’*는 한 줄짜리 따뜻한 줄거리만으로는 절대 설명되지 않는다. 주인공 엘리너(준 스퀴브 분)는 70년 동안 한결같은 단짝 친구 베시(리타 조하르 분)와 삶을 공유해왔다. 남편들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자녀들도 모두 독립한 이들에겐 서로가 삶의 중심이자 유일한 가족이다. 둘은 플로리다의 아파트뿐 아니라 침실도 함께 쓴다. 깔끔하게 정리된 쌍둥이 침대는 마치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를 상징하듯 나란히 놓여 있고, 매일 청구서를 정리하고, 쿠폰을 오리고, 산책을 함께하며, 때로는 어둠 속에서 인생의 가장 아픈 기억을 나누기도 한다.
이들의 삶은 조화롭고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찾아올 이별의 순간은 피할 수 없다. 스칼렛 요한슨의 장편 연출 데뷔작 *‘엘리너 더 그레이트’*는 바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사람과의 연결을 시도하는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다소 어색하게 풀어낸다. 줄거리의 큰 틀은 이미 알려져 있다. 엘리너는 뉴욕으로 이주해 대학생 니나(에린 켈리먼 분)와 뜻밖의 우정을 쌓아간다.
각본은 토리 케이먼이 맡았으며, 영화는 처음엔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라는 참신하고 따뜻한 주제를 내세우며 관객의 시선을 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고 불편한 감정들이 스며들며, 이 작품은 단순한 힐링 무비로 끝나지 않음을 알린다. 유머와 감동도 있지만, 중심에는 훨씬 더 무겁고 복잡한 감정이 자리한다. 이는 첫 장편 연출에 도전한 요한슨 감독과 각본가 케이먼에게 쉽지 않은 과제였고, 때로는 그 시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실패조차 이 영화에서는 흥미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엘리너는 뉴욕으로 돌아와 성인이 된 딸 리사(제시카 헥트 분)와 손자 맥스(윌 프라이스 분)와 함께 살게 된다. 이곳에서 엘리너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바로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건 어렵고, 특히 상실로 인해 마음이 다쳤을 때는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딸 리사의 권유로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에서 노래 수업에 참여하려 하면서도, 엘리너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수업에 들어서기 전 이미 포기할 생각을 품는다. 이는 자신이 그런 활동을 무시하는 사람인 척하며, 사실은 두렵고 상처받는 걸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엘리너 더 그레이트’*는 결국 상실 이후의 삶, 늦은 나이에 피어나는 새로운 관계, 그리고 다시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고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외면하면 단순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감정의 결이 숨겨져 있다. 이 영화는 단지 인생의 황혼기에 시작된 우정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이별과 그 이후를 묘사한, 공감과 용기가 가득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