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든 페디고, 진심으로 그려낸 미국의 공허한 아름다움

헤이든 페디고, 진심으로 그려낸 미국의 공허한 아름다움

존 페이히가 현대 핑거스타일 기타를 창조했을 때, 그는 아이러니한 역설을 남겼다. 델타 블루스, 래그타임, 블루그래스, 인도 라가가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듯한, 존재하지 않는 미국의 모습을 그려낸 그의 고독한 음악은 결국 새로운 실체가 되었다. 세대를 거치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의 시선으로 담아내기 위해, 대중음악의 흐름과 반대로 그의 음악을 따라 사막을 헤맸다.

헤이든 페디고는 그중에서도 특히 이 역할의 ‘가면극적인’ 면모를 과감히 받아들인 인물이다. 텍사스 출신의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페디고는 부드럽고 시들어가는 듯한 자신의 음악을 농담과 장난의 틀 속에 감춰왔다. 지역 정치에 출마하거나 구찌의 런웨이에 서지 않을 때면, 그는 자신의 곡을 익살스럽게 설명하는 연주 영상이나 과장된 복장의 사진을 SNS에 올리곤 했다. 원색의 웨스턴 셔츠와 커다란 스텟슨을 쓴 그의 모습은 누군가에겐 행크 윌리엄스를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토이 스토리>의 우디를 연상시킨다.

컨트리 음악계엔 과장된 의상의 전통이 존재해왔다. 그램 파슨스의 대마초 장식 수트, 로비 바쇼의 카우보이 복장, 덕테이프로 옷을 감싼 블레이즈 폴리까지. 페디고도 지금까지는 이 유희를 즐기며, 옛 음유시인의 모습으로 자신을 꾸몄다. 그와 동시에 2010년대 블로그 문화에서 받은 영감을 이야기하며, 제임스 페라로의 Last American Hero를 궁극의 앰비언트 아메리카나 앨범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I’ll Be Waving as You Drive Away에서는 그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우고 진심으로 음악을 마주한다. 강한 직선성과 풍성한 편곡이 어우러진 이 앨범은 그의 음악 중 가장 장엄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가 이 경지를 달성하는 방식은 윌리엄 타일러처럼 드라마틱한 멜로디나 다니엘 바크만처럼 질감의 실험에 의존하지 않는다. 페디고는 오히려 ‘비어 있음’ 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한다. 고향 아마릴로에 대해 “나는 그 평평함마저도 사랑해요. 멀리까지 시야가 트이니까 숨이 더 쉬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그의 고백처럼.

페디고의 음악은 그만큼 여유롭게 숨 쉬고 흐른다. 2021년의 Letting Go, 2023년의 The Happiest Times I Ever Ignored에서 이어지는 조용한 슬픔은 그랜드 캐니언 같은 장엄함보다는 중간 중간 들르는 시골 마을을 닮았다. ECM과 윈덤 힐 사이의 부유하는 우아함을 지닌 이번 앨범은 프로듀서 스콧 허쉬와 함께 만든 편곡 속에서 여백과 공간을 강조한다. “All the Way Across”에서는 피아노가 헬리콥터 씨앗처럼 멜로디를 따라 떨어지고, “Hermes”에서는 비브라폰 같은 키보드가 원형 아르페지오를 감싸며 색채의 물결로 곡을 흩트린다. 그 안에서 작은 디테일들이 창밖 풍경처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앨범은 와이오밍의 2만 에이커 규모 목장에서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기간 중 쓰였고, 캘리포니아 오하이의 작은 도시에서 녹음됐다. 이 작업 환경은 음악에 생기와 풍요로움을 불어넣었다. 첫 곡 “Long Pond Lily”는 가을 햇살 같은 따뜻함으로 시작되며, Up on the Sun에서 튀어나온 듯한 일렉트릭 해머온을 장난스럽게 더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곡들은 안개처럼 흐려진다. “Smoked”의 리버브에 젖은 오프닝 노트는 멜로트론 합창으로 이어지며, 그의 핑거피킹에 이세계적 불안감을 더한다. 마치 기타 줄에 깃든 영혼들이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다.

I’ll Be Waving as You Drive Away라는 제목은 <초원의 집>의 한 어두운 에피소드에서 유래했다. 가족의 장녀가 시력을 서서히 잃고 결국 실명하는 이야기다. 늘 아이러니를 두른 채 거리를 두었던 페디고는 이번 작품에서 진정성을 담아 슬픔과 부조리의 긴장감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Houndstooth”에서는 포치에 앉아 애조 어린 기타 연주에 서정적인 바이올린 선율이 겹쳐지며, 오래된 오클라호마 뮤지컬이나 잊힌 존 포드 영화의 잔영을 떠오르게 한다. 그 장면이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오래전 과거나, 혹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의 잔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우리를 조용히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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