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음원 차트는 아이돌 중심의 K팝이 점령하던 흐름을 깨고 의외의 인물들이 상위권을 장악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드래곤이 컴백하며 차트 줄 세우기를 시전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대중에게 이름조차 낯선 두 가수, 조째즈와 황가람이 그 주인공이다.
3일 오후 2시 기준 멜론 톱 100 차트에서 조째즈의 ‘모르시나요’는 4위,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은 5위에 랭크됐다. 지니 차트에서도 두 곡은 나란히 4위와 5위를 기록하며 놀라운 선전을 보여주고 있다. 조째즈는 ‘미스터트롯2’에 왕준이라는 예명으로 잠시 얼굴을 비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신인이다. 재즈를 좋아해 활동명을 지었다는 그는 현재 뮤직바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부른 ‘모르시나요’는 다비치의 2013년 원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애절한 가사가 중장년층의 감성을 자극하며 ‘포스트 임창정’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인기 상승에 일각에서는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소속사 브라더후드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사실 이들의 성공 요인은 사재기가 아닌 대중의 ‘참여’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인 노래방 문화가 정착된 요즘,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자신의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남성 발라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조째즈의 곡은 노래방 차트 최단기간 3위 진입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노숙 생활을 딛고 일어선 ‘중고 신인’의 인생 역전
또 다른 주인공 황가람의 사연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밴드 피노키오의 보컬 출신이지만 오랜 기간 가이드 보컬과 OST 가수로 활동하며 ‘얼굴 없는 가수’로 지내왔던 그는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가수의 꿈을 안고 상경해 147일간 공중화장실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는 그의 고백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진행자 유재석과 조세호마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그의 역주행 곡 ‘나는 반딧불’은 인디 밴드 중식이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스스로를 벌레라 비하하면서도 끝내 빛을 잃지 않겠다는 희망적인 가사가 대중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여기에 쇼트폼 콘텐츠와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조째즈의 경우 유명 연예인들이 그의 노래를 SNS에 공유하며 입소문을 탔고, 황가람의 눈물 젖은 라이브 영상은 유튜브에서 200만 조회 수를 넘기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뉴미디어 환경에서 쇼트폼 영상이 가요계의 핵심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바다 건너 전해진 로큰롤의 불멸, 하트(Heart)의 귀환
한국에서 무명 가수들이 진정성 하나로 차트를 뒤흔들고 있다면,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전설적인 록 밴드가 나이와 병마를 뛰어넘는 열정으로 무대를 달구고 있다. 지난 2월 15일, 미국 조지아주 가스 사우스 아레나(Gas South Arena)에서는 록 밴드 하트(Heart)의 ‘로열 플러시 투어’가 열렸다.
앤 윌슨과 낸시 윌슨 자매가 이끄는 하트는 1975년 데뷔 앨범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룹이다. 이날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보컬 앤 윌슨은 2024년 암 진단과 투병, 그리고 투어 직전 팔과 팔꿈치에 심각한 골절상을 입는 악재를 겪었기 때문이다. 올해 75세인 앤은 부상 여파로 바 스툴에 앉아 노래를 불러야 했지만, 그녀의 성량은 전성기 그대로였다. 71세인 동생 낸시 윌슨 역시 1980년대로 돌아간 듯 기타를 연주하며 하이킥을 날리는 등 폭발적인 에너지를 과시했다.
오프닝 곡 ‘Bebe Le Strange’의 강렬한 기타 리프가 울려 퍼지자 객석은 순식간에 197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열기에 휩싸였다. 밴드는 ‘These Dreams’, ‘Crazy on You’ 같은 불후의 명곡들을 쏟아내며 관객을 기립하게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심장 박동
공연 중 앤 윌슨은 어쿠스틱 명곡 ‘Dog and Butterfly’를 소개하며 위트 있는 멘트를 던지기도 했다. 그녀는 “이 노래가 ‘요트 락(Yacht Rock)’ 플레이리스트에 있다더라. 확실히 말하지만, 이 곡은 요트 위에서 쓴 것도, 요트에 관한 노래도 아니다. 이것은 구도자에 관한 이야기”라며 곡의 깊이를 설명했다. 또한 레드 제플린의 ‘Going to California’, ‘The Rain Song’ 등을 커버하며 록의 거장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트는 자신들의 히트곡과 80년대 명곡들을 절묘하게 매시업하는 노련함도 보였다. ‘Straight On’은 데이비드 보위의 ‘Let’s Dance’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대미를 장식한 ‘Barracuda’가 연주될 때 공연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90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하트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었다. 한국의 중고 신인들이 그러하듯, 그들 역시 고난과 세월을 뚫고 여전히 뜨겁게 뛰고 있는 심장을 음악으로 증명해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