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 제1장・아카자 재림’이 해외 상영을 시작하며 새로운 기록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는 귀살대원들이 무한성으로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는 대원,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는 대원 등 각기 다른 검사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가운데, 풍주(風柱) 시나즈가와 사네미의 동생인 겐야만이 다른 대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그는 무한성 안을 필사적으로 헤매지만, 상현 혈귀를 찾아 싸우려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본 기사에서는 겐야가 보인 이 ‘의문의 행동’에 대해 심층 분석하고자 한다.
‘호흡’을 사용하지 못하는 풍주의 동생
귀살대의 검사들은 ‘호흡’이라 불리는 특수한 기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풍주 시나즈가와 사네미의 동생인 겐야는 이 호흡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례적인 대원이다. 귀살대에게 ‘호흡’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과거 마코모라는 소녀가 탄지로에게 했던 설명에서 엿볼 수 있다.
“전집중 호흡은 말이지, 온몸의 혈액 순환과 심장 고동을 빠르게 하는 거야. 그러면 체온이 엄청나게 올라서, 인간인 채로 혈귀처럼 강해질 수 있어.” (마코모 / 1권 제5화 ‘탄지로 일기: 후편’ 中)
‘호흡’의 사용은 귀살대 검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더 나아가, 상현 혈귀들과의 최종 결전이 벌어지는 무한성 전투에서는 특별한 검사들에게만 발현된다는 ‘반점’이 전세를 뒤바꿀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 ‘반점’은 심박수가 200을 넘고 체온이 39도 이상이 되어야만 발현되는, 즉 ‘호흡’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경지 너머에 있는 능력이다.
‘호흡’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겐야에게 ‘반점’의 발현은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겐야 자신도 이 사실을 명확히 인지한 채로 이 죽음의 전투에 임하고 있다.
‘재능이 없다’는 비난 속에서도
과거 ‘주 합동 강화 훈련’ 중 식사 시간에 겐야가 “난 호흡을 못 쓰니까”라고 말하자, ‘짐승의 호흡’을 사용하는 이노스케로부터 “너 호흡도 못 쓰냐? 이 약해 빠진 놈아!” (16권 제136화 中) 라는 비웃음을 사며 몸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물론 겐야는 호흡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상현 4 혈귀 한텐구와 싸운 경험이 있으며 ‘혈귀 포식’이라는 유일무이한 특수 능력을 지녔다. 이노스케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호흡’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귀살대 내에서 크나큰 약점으로 여겨진다.
겐야는 심지어 친형인 사네미로부터 다음과 같은 모진 말을 듣기도 했다.
“너 같은 굼벵이는 내 동생이 아니야. 귀살대 따위는 당장 그만둬라.” (시나즈가와 사네미 / 13권 제115화 ‘주에게’ 中)
겐야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았지만, 결코 귀살대를 그만두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 한 명뿐인 형을 지키기 위하여
사네미와 겐야는 시나즈가와 가문의 ‘생존자’다. 가족을 괴롭히던 아버지는 사소한 다툼 끝에 목숨을 잃었고, 다정했던 어머니는 불행히도 혈귀로 변해버렸다. 혈귀가 된 어머니는 다른 동생들을 무참히 살해했고, 사네미는 남은 동생 겐야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를 제 손으로 죽여야만 했다. 큰 충격에 빠진 겐야는 이성을 잃고 형에게 “살인자”라는 비수를 꽂았다.
“심한 말 해서… 미안해, 형…” (시나즈가와 겐야 / 13권 제115화 ‘주에게’ 中)
그날 이후, 홀로 혈귀 사냥꾼의 길을 걷는 형의 뒤를 쫓아 겐야는 귀살대에 입대한다. 형을 만나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때 우애가 깊었던 형제의 길은 이미 갈라져 있었다. 사네미는 겐야가 혈귀와 싸우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겐야가 귀살대에서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형 사네미의 존재 그 자체다. 그는 몇 번이고 사네미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주 합동 강화 훈련 당시에도 “어디서 친한 척이야.” (15권 제133화 中) 라는 냉혹한 질책을 들으며 탄지로까지 휘말리는 소동을 일으켰다. 이 일로 근신 처분을 받고 몇 번을 거절당해도, 그는 어린아이처럼 형의 뒤를 계속 쫓았다. 자신 또한 ‘형’을 지키고 돕고 싶다는 일념 하나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겐야는 무한성으로 떨어진 직후부터 다른 무엇보다 형의 안위를 걱정하며 그를 찾아 헤맸던 것이다.
“여긴 대체 어디지… 혈귀의 소굴인가? 다른 녀석들은? 형… 형도 무사해야 해.” (시나즈가와 겐야 / 16권 제140화 ‘결전의 막이 오르다’ 中)
풍주 시나즈가와 사네미는 주 중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다. 그런 형을 ‘호흡’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동생 겐야가 걱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겐야는 오직 형의 무사만을 간절히 바란다. 형보다 약하고 어리지만, 그럼에도 ‘강한 풍주’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괴로운… 일을… 그렇게나… 많이 겪은… 우리 형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시나즈가와 겐야 / 21권 제179화 ‘형을 생각하고 동생을 생각하며’ 中)
겐야는 마음속으로 형에게 전하지 못한 사죄의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 그러나 이 ‘약한’ 동생은 이후 벌어지는 전투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형을 구하고, 불리했던 전세를 뒤집는 돌파구를 마련하게 된다.
겐야는 스스로를 형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강인한 내면을 지닌, 무척이나 닮은 형제다. 무한성 편의 후속작에서 이들 시나즈가와 형제의 진심이 비로소 서로에게 전해지는 순간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